“대북 심리전 방송은 북한 도발에 맞선 가장 온건하고 평화적인 수단입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고립되어 있고 인권 탄압을 겪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정보 전달 수단이기도 합니다. ”
“접경지 주민의 수면권은 어떻게 할겁니까.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무력화할 수 있는 방해소음을 개발해 북한 주민들의 방송 청취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23일 오후 1시30분 서울 삼청동 소재 통일부 남북관계관리단. 올해로 10회를 맞은 ‘전국 대학생 통일토론 경연대회’ 결선에 오른 학생들은 한치의 양보도 없는 격론을 벌였다. 과거 남북회담사무국이었던 곳에서 이날 열린 통일토론 결선에는 총 네 팀이 참여해 준결승과 결승을 치렀다. 준결승 경연 주제는 2가지로, 사전에 공지된 대북 확성기 방송과 사전 공지 없이 이날 대회장에서 즉석으로 제시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원 여부였다. 준결승에서 올라온 두 팀은 한국의 핵무장 여부를 놓고 결승 토론을 벌였다.
각 주제에 대한 찬반 여부는 추첨으로 결정됐다. 대북심리전 방송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찬성입장을 추첨한 ‘이심전심’팀과 ‘보이스’팀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 남북 협상시 협상카드가 될 수 있다” “협상 중 대북방송을 틀고 있어야 (정부 차원의) 대북 방송을 중단할 수 있다는걸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찬성 논리를 펼쳤다. 반대입장을 뽑은 ‘스마일어게인’팀과 ‘대박이염’팀은 “심리전 방송 효과는 미미하다” “대북 심리전 방송은 불필요한 남북 적대감만 고조시킬뿐 통일의식을 더욱 약화시킨다”는 반대 논리로 맞섰다.
‘전국 대학생 통일토론 경연대회’는 국민대 통일교육사업단 주관, 통일교육원 후원으로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과 민주평통 성북구협의회가 주최했다. 대학생 통일토론 대회는 해가 갈수록 참여자가 증가하고 있을 정도로 대학생들 사이에 관심이 높은 행사다. 2022년에는 전국 30개 대학 34개팀(102명)이, 2023년엔 36개 대학 43개팀(129명)이 경쟁했다. 대회 10회째인 올해는 전국 46개 대학 총 63개팀(189명)이 참여했다.
토론 대회 심사는 참가 학생들의 소속 학교와 전공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블라인드 심사’로 진행됐다. 이날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대박이염’팀의 팀장 박정은 학생은 수상 소감에서 “이 대회를 제가 4년 동안 나왔는데 그전엔 다 탈락했다”며 “처음엔 통일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지만 통일토론 대회 준비를 할수록 학습이 많이 돼서 나중엔 입에서 술술 말이 나왔다”고 했다.
우수상을 받은 ‘이심전심’팀 팀장 이재원 학생은 “저희팀은 모두 정치외교학과 동기들인데 코로나로 입학식도 못한 20학번이라 학교에서 친구들과 제대로 만나지도 못하고 놀지도 못하다가 군대에 가야했다”며 “복학한 이후 친구들과 뜻깊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어서 토론대회에 지원했다”고 했다. 장려상을 받은 ‘보이스’팀 팀장 박하령 학생은 “저희팀은 거창한 경쟁보다는 평화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생각을 이전부터 해왔는데 이번에 최고의 경험을 한 것 같다”고 했다. 같은 상을 받은 ‘스마일어게인’팀의 팀장 김규태 학생은 “저희팀 셋은 모두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갖고 있다”며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더 전문적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매우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약 2시간 넘게 진행됐다. 외부 심사위원으로 구성된 심사위원(9명) 이외에 국민대 ‘글로벌평화·통일대학원’ 학생 25명이 청중 참관단으로 참여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박태우 한국자유총연맹 자유통일연구원장은 “학생들의 토론 실력이 수준급이었다”며 “상당히 많은 자료 조사와 준비를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여의도 국회 외통위원들보다 훨씬 나았다”고 했다. 이날 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김주현 초대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장은 페이스북에 “이들 (학생들) 모두 국회로 보내야할 듯하다”며 “토론의 예의도 알고 전문지식까지 갖추고 자기 주장을 똑부러지게 잘 한다. 여의도에서 배워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대회를 참관한 한 탈북민 출신 여성은 “가족이 북한에 아직 남아 있는 사람으로서 젊은 대학생들이 통일을 주제로 이렇게 열심히 토론하는 모습이 매우 감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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